2020년 10월 20일 화요일

성남시 생애주기별 마을미디어 시민비평: 청년의 실험에 대하여

정혜라, <네버엔딩>, 2017, 2

정혜라 감독의 <네버엔딩>은 토익, 공부, 아르바이트 등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고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을 비춘다. 영화 속 주인공 여성은 일과는 다르지만 쉬지 않고 일을 하며 계속해서 반복적인 삶을 지내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의 제목처럼 그녀의 삶은 공부와 아르바이트의 연속으로 결코 그녀가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이 끝나지 않는 듯 살고 있음을 표현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여성은 밤늦게까지 또 공부를 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들게 되고, 그녀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와 그녀를 위로하듯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짧은 러닝타임동안 어쩌면 우리는 끝나지 않는 주인공 여성의 일과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의 끝을 알 수 없고, 끝이 안보이는 것들에 대해 불안해하며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주인공 여성을 통해 매일매일 겪고 있는 반복적인 삶 속에서 쉬지 않고 일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또한 현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해보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홍지희 기획위원)

 

강유은, <취업은 잘 되시나요>, 2017, 3

상담사님이 알아보는 거랑, 제가 알아보는 거랑 별로 차이점이 없어요.’ 작품에서 인상적인 대사다. 답답하기만 한 주인공, 한편 전문 직업상담사는 다음 주 실적 보고의 압박을 받고 전화기를 든다. 취업 실적, 성과주의를 꼬집는 장면이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네 현실은 어찌 이럴까? 오늘날 개인의 성향에 맞는 적절한 취업, 일자리 확보가 쉽지 않다. 거기에 우리의 현실은 흙수저, 금수저, 취업 비리, 특혜 논란 등은 한숨을 더 깊게 만든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성실하다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든다. 엉뚱하게 실적, 성과주의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성실하다면 결과가 끔직하다. 한편, 주인공은 면접 전화조차 오지 않는 현실에서 계속 이력서를 제출하게 될 것이다. 직업상담사는 실적을 위해 성실하게 전화기를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그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취업은 왜 하는 것일까?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할까? 일자리 문제는 국가의 문제일까? 개인의 문제일까?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처는 무슨 의미인가? 주인공의 답답함, 상담사의 상황, 실적을 압박하는 존재, 우리는 어느 범주에 있는지...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김기봉 기획위원)

 

박명선, <중독>, 2017, 3

박명선 감독의 <중독>은 친구들의 SNS를 살피며 자신의 삶에 대한 푸념을 반복하는 20대 중반쯤의 남성을 비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냉소적인 한숨을 내뱉도록 한 걸까. 최근 SNS 인증 사진을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청년세대를 인정세대라 칭하였다. 이렇듯 일부 SNS 이용자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화려한 것들만 선택해 과시적인 글을 올린다. 이때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하는 순간이다. 20대 중반에 놓인 주인공, 어떤 친구는 해외여행, 또 다른 친구는 취직을 했다. 어렸을 땐 같은 교복, 같은 급식을 먹으며 자랐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 빼고 잘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큰 압박감과 열등감으로 다가온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조롱했던 친구들처럼 별거 없던 하루를 멋지게 포장해 SNS에 글을 게시한다.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은 의도치 않더라도 자신이 받은 압박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이시켰을지도 모른다. <중독>은 다소 짧고 투박하지만 SNS를 통한 타인에 대한 열등감이 어떻게 생성되고 해소되는지 재치 있게 그려냈다. (장병준 기획위원)

 

최형민, <현대인>, 2017, 1

세 명의 현대인이 다급하게 컴퓨터 앞에 모였다. 무엇인가 매우 서두르는 모양새다. 마음이 급할수록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정지 화면이 된다. 이 작품에서 전해지는 일상의 다급함, 서두름, 실수 등은 나, 그리고 우리의 단면을 담아낸 듯 하다. 어떤 업무와 호들갑스러운 상황이 해결, 종료되나 싶더니 다시 놀라는 그들. 이야기 줄거리를 늘어놓기보다는 상황 속에서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맹목적으로 하루, 하루를 반복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다가 오늘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게 한다. 현대인들이 바쁘게 자본화된 사회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를 만나 내가, 우리가 정지 화면이 된 것은 아닐까? 작품 속 등장인물 세 명에게 다시 묻고 싶다. 당신들은 왜 정지 화면이 되었는가? (김기봉 기획위원)

 

이재환, <자리>, 2017, 3

이력서를 작성하는 청년이 카페에서 작성하고 있다. 이때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장님이 청년을 내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아르바이트생은 청소를 하는 것처럼 청년을 주변을 맴돌다 끝내 말로 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조금 후 사장님께서 다시 전화가 와서 음료 한 잔에 3시간밖에 못 앉는다고 있지도 않는 규정을 이야기하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이야기한다. 청년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지갑을 가지고 매대에 갔지만, 지갑에는 돈이 없다. 텅 빈 지갑을 들고 서성이다가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짐을 정리하고 카페를 나간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또한 일하는 틈틈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 빈곤한 청년층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명확하게 나타낸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3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첫 번째 주인공인 이력서를 쓰고 있는 청년이다. 중간에 텅 빈 지갑을 보여줌으로써 청년이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인물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를 하는 사장님이다. 매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오래 앉아있는 사람들을 이동시킴으로써 매장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이유에도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재촉하는 것으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세 번째 인물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사장님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청년을 내보내야 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이 아르바이트생 또한 청년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 청년 또 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아르바이트생 또한 같은 청년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김한송 시민위원)

 

최형민, <평범한 주말>, 2018년, 2분

최형민 감독의 <평범한 주말>은 지금까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에서 제작한 작품 중 유일한 무성영화다. 당시 활동가에 의하면 카메라의 결함으로 녹음이 잘되지 않아 소리를 제거했다고 한다. 그래서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이 작품을 처음 마주한 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만난 적 없고 인사 나눈 적도 없는 같은 세대의 청년이 2018년의 어느 순간에 이러한 세계를 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생기는 정서적 공감대라는 것이 있다. 소리가 사라져 특정한 시대를 지시하지 않아 오히려 작품 안으로 자연스럽게 접속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났고 검은 화면 위로 나의 얼굴이 비쳤다. 영화 속 주인공이 가졌을 외로움과 답답한 마음이 들려오는 것 같다. (임종우 기획위원)


일하는학교(공동제작), <이럴 리 없어>, 2018, 4

영화는 일학 회사 워크숍이라는 배경 속에서 진행된다. 젊은 인턴은 누워있고, 나이 든 부장은 청소를 하고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직책이 나오고, 첫 번째 씬처럼 상반된 역할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낮은 직책의, 나이 어린 사람이 하는 일들을 그 반대인 높은 직책의, 나이 든 사람이 수행한다. 마지막까지 진행되다가, 나이 든 부장이 혼자 짐을 챙기며 끝난다. ‘이럴 리 없어라는 제목은 이러한 상황을 얘기한 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선 이럴 리 없다’, ‘영화라서 이런 거다라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우리 사회엔 경로사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회사 생활은 계급사회다 보니 수직적 관계인데 이것이 경로사상과 결합하여 어느 정도 악습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악습을 반대로 적용시켜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럴 리 없어라고 영화를 부정하는 제목을 지음으로써 너무 공격적이지 않게 보여주고 크레딧이 올라올 때 NG 컷을 보여주며 재밌게 풀어낸다. (이태희 시민위원)

 

일하는학교(공동제작), <서른즈음에>, 2018, 7

서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10대에는 스물을 갈망했고, 20대에는 서른을 상상한다. 나 역시 나의 서른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때로는 20대의 몇 번의 고비를 넘겨왔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상상했던 서른과 나의 진짜 서른은 무척이나 달랐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지만 그러면서 아마 우리는 또 우리의 마흔을 멋대로 상상할 것이다. 그것이 이라는 것을 서른 즈음에 배운 것 같다. (명소희 전문위원)

 

장지훈, <나만의 노트>, 2018, 6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로 한 젊은 여성이 걸어온다. 그리고 반지하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하루를 마무리하듯 물을 마신다. 방으로 들어가 길에서 주운 공책을 펼치고 놀라운 일이 생긴다. 갖고 싶은 것을 작성하는 공책에 여자는 재미 삼아 기타, 대출 완납, 정규직 사원을 적는다. 그랬더니 차례대로 기타가 생기고 대출이 완납되고 정규직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스토리를 통해 청년들의 삶을 위로해 주고 싶은 것 같았다. 늦게 퇴근하고 돌아온 여자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보면 건물 밑으로 내려가는 부분은 문으로 잘 보이지 않고 올라가는 계단이 잘 보인다. 이런 장면에서 관객들은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위로 올라가지 않고 잘 안 보이는 쪽으로 내려감으로써 청년들의 넉넉하지 않는 생활을 강조되어 연출적인 부분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장면과 장면 사이에 넘어가는 편집이 너무 과한 느낌이 있어 몰입에 방해를 주었다. 마지막에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의 말이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이건욱 시민위원)


최형민, <역접>, 2018년, 4분

입사 지원자가 면접관이 되어, 회사 임원에게 역으로 면접을 본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지원자가 된 회사 임원들은 면접관들을 본인들의 회사로 입사시키기 위해 회사의 장점을 소개하고, 면접관들은 답변의 약점을 지적한다. 면접관들은 영화 내내 지원자들에게 냉정함을 넘어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 취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면접에서 겪었을 법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지원자들 역시 허술한 부분들을 드러낸다. 그들이 회사의 장점이라 밝힌 내용들은 우습게도 일반적인 회사의 단점들이다. 가족 같은 회사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의 강제적인 친목을 도모하고, 연봉을 빌미로 많은 양의 시간 외 근무를 하는 식이다. 입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청년들의 바람을 담은 영화 같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지원자들은 면접 후에도 자신들과 회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고,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질지는 잘 모르겠다. (김성은 시민위원) 


황총명, <진상>, 2018, 4

진상은 이 말의 부정적 의미를 차용하여 못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손님에게 친절해야 함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 <진상>에서는 오히려 진상 손님에게 맞서는 통쾌함을 거침없는 언행으로 우리에게 역지사지의 메시지를 전한다. 손님의 반말, 억지, 어처구니없는 요구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여러 표현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지점에서 사람들의 자기 입장에서의 언행은 살포시 짜증을 유발시킨다. 일상에서 지나친 친절도, 무례함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중용의 덕, 적절함... 참 어렵다. 왠지 솔직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지나치면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가식적인 친절에서도 솔직함에서 오는 불편함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감정의 경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여겨진다. (김기봉 기획위원)

 

장지훈, <선을 넘는 녀석들>, 2019, 13

<선을 넘는 녀석들>은 단 한 명의 여성인 정희를 동시에 좋아하는 네 명의 남성들의 술자리 사건을 담아낸다. 명선의 영화제 수상을 축하하며 무르익는 분위기, 명선의 초대로 정희가 술자리에 오게 된다. 남성들은 정희의 관심을 사기 위해 서로를 깎아내리며 온갖 신경전을 펼친다. 이 때 정희는 애써 불편한 기색을 숨기며 수동적인 태도만 보인다. 감독은 그녀를 그저 남성들의 시답잖은 말다툼을 촉발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정희 캐릭터의 도구적인 사용으로 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똑같은 말다툼을 반복한다. 결국 무례한 그들의 행동에 정희는 술자리를 떠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대사를 통해서만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시도는 흥미롭지만 다소 느슨한 감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지질한 남성상에 대한 묘사들이 주로 기억에 남는다. (장병준 기획위원)


황총명, <소리>, 2019년, 4분

냉정하게 말해 <소리>에서 어떤 비평적인 쟁점을 탐색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평가라면 이 영화를 아예 만나지 않았을 확률이 더욱 높을 테다. 평범한 영화 문화예술교육 결과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작 주체의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이 작품은 2020년에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입장에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7년과 2018년의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영상물과 비교하면 내용적 측면에서의 경직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희로서의 영화체험인 것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공동체 공간을 장르적인 실험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새삼 인상적이다. 카메라 뒤에서 배우의 열연을 보며 숨죽이거나 프레임 바깥에서 조심스럽지만 분주하게 움직였을 참여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이 효과음과 음악을 선택하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상상했다. 오랜만에 작은 영화의 작은 즐거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았다. (임종우 기획위원)


김정희, <미스테이크>, 2019, 6

운동장에 있는 두 남자. 한 명이 상대방에게 고백하고, 고백받은 이는 이를 거절하고 싶다. 그런데 영상을 볼수록, 두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값이 늘어날수록 혼란이 온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건지, 고백의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반전이 결말까지 계속된다. 미스테리, 로맨스, 퀴어, 코미디 등의 장르들이 뒤섞여 있는데, 어느 하나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기보다는 가볍게 여러 장르의 클리셰들을 복기해보는 느낌이다. 화면 구도, 음악, 대사 등을 통해 여러 장르의 분위기들을 조금씩 가져오면서 영상의 긴장감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점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고, 감독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팽팽하게 이어지던 영상이 막바지에 와서 모호하게 끝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퀴어라는 소재가 그저 도구로서만 쓰인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김성은 시민위원)

 

임청빈, <1000>, 2019, 10

임청빈 감독의 영화 <1000>은 남녀의 소개팅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초반부에는 서로 모르는 남녀가 새로운 만남을 예고한 듯 보여주었지만, 후반부에서는 이들은 원래 연인이었던 것으로 우리는 예측할 수 있었다. 영화의 후반부를 통해 둘은 분명 연인인 것 같지만, 남성은 여성을 기억하지 못하고, 여성은 이로 인해 늘 주말마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늘 처음 만난 듯 소개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성의 나레이션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었다. 또한 여성과 여성 오빠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그리움도 엿볼 수 있었다. 영화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성에 여성은 지치고 고통스러운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남성을 포기하지 않고 그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며 막을 내린다. (홍지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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