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선, <중독>, 2017년, 3분
박명선 감독의 <중독>은 친구들의 SNS를 살피며 자신의 삶에 대한 푸념을 반복하는 20대 중반쯤의 남성을 비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냉소적인 한숨을 내뱉도록 한 걸까. 최근 SNS 인증 사진을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청년세대를 ‘인정세대’라 칭하였다. 이렇듯 일부 SNS 이용자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화려한 것들만 선택해 과시적인 글을 올린다. 이때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하는 순간이다. 20대 중반에 놓인 주인공, 어떤 친구는 해외여행, 또 다른 친구는 취직을 했다. 어렸을 땐 같은 교복, 같은 급식을 먹으며 자랐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 빼고 잘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큰 압박감과 열등감으로 다가온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조롱했던 친구들처럼 별거 없던 하루를 멋지게 포장해 SNS에 글을 게시한다.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은 의도치 않더라도 자신이 받은 압박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이시켰을지도 모른다. <중독>은 다소 짧고 투박하지만 SNS를 통한 타인에 대한 열등감이 어떻게 생성되고 해소되는지 재치 있게 그려냈다. (장병준 기획위원)
일하는학교(공동제작), <이럴 리 없어>, 2018년, 4분
영화는 ‘일학 회사 워크숍’이라는 배경 속에서 진행된다. 젊은 인턴은 누워있고, 나이 든 부장은 청소를 하고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직책이 나오고, 첫 번째 씬처럼 상반된 역할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낮은 직책의, 나이 어린 사람이 하는 일들을 그 반대인 높은 직책의, 나이 든 사람이 수행한다. 마지막까지 진행되다가, 나이 든 부장이 혼자 짐을 챙기며 끝난다. ‘이럴 리 없어’라는 제목은 이러한 상황을 얘기한 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선 이럴 리 없다’, ‘영화라서 이런 거다’라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우리 사회엔 경로사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회사 생활은 계급사회다 보니 수직적 관계인데 이것이 경로사상과 결합하여 어느 정도 악습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악습을 반대로 적용시켜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럴 리 없어’라고 영화를 부정하는 제목을 지음으로써 너무 공격적이지 않게 보여주고 크레딧이 올라올 때 NG 컷을 보여주며 재밌게 풀어낸다. (이태희 시민위원)
최형민, <역접>, 2018년,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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