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화요일

성남시 생애주기별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2010년대 청소년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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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혜진,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2013년, 12분

이 영화는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진로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방송반을 하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던 방송반을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시점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자신과 같은 친구들에게 물어본 꿈을 꾸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배우, 수의사, 사회복지사, 영어선생님, 일러스트레이터, 정하지 못한 아이 다양한 꿈을 갖거나 꿈을 갖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꿈을 위해서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까지 함께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놀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꿈이 없을 것 같은 친구도 꿈이 있고, 열심히 하는 친구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선생님에게도 어릴 때부터 한 방송반 일이 내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꾸준히 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상담해보았다. 선생님은 그 직업과 진로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신다. 또한 진지하게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점을 제시해 준다. 진로는 일생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지 직업이 진로와 같은 것은 아니다. (김한송 시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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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은, <10대 그리고 외모>, 2015년, 9분

손종은 감독의 <10대 그리고 외모>는 세 가지 이유로 파워풀하다고 느꼈다. 하나는 오프닝 씬이 방대한 시간을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등교를 앞두고 화장한다고 꾸짖는 엄마의 잔소리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압축해 재현한다. 마치 '지금쯤이면 늘 그랬듯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편 그의 영화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쇼트를 할애하기도 한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은 내레이션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화장에 특별한 이유나 합리화의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구성한다. 그러나 동시에 오프닝 씬과 거의 동일한 장면을 영화 마지막에 배치하고 '다이어트'라는 텍스트를 삽입하며 여성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꾸밈노동에 대한 이중의 압력을 드러낸다. (임종우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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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 <이갈이>, 2016년, 10분

이 영화의 제목인 ‘이갈이’에는 두 개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이를 바득 바득 가는 잠버릇의 이갈이’이고, 다른 하나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이갈이’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답답해 이가 갈리는... 또 한편으로는 이제 집을 나서 독립해야 하는 청소년과 성인의 그 어디쯤인 상황. 감독은 이가 갈리는 상황에서도 동생을 챙기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너를 낳지 말걸 그랬어.”라는 아픈 말도 담담하게 담아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을 응원했다. 그리고... 나는 장준혁 감독이 태어나줘서 고마웠다. 나의 10대를 위로받는 영화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명소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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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덕덕덕>, 2016년, 7분

다른 이야기이지만, 얼마 전 업무 때문에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을 보았다. 그리고 최승민 감독의 <덕덕덕>을 다시 만났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작품 모두 서브컬처, 하위문화를 저급한 것이라며 멸시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음을 전제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 한국 청소년의 세계의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한다면, 전자와 달리 후자에서는 청소년을 둘러싼 삶의 조건이 여가를 '결코'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 <덕덕덕>은 이에 대한 견제 혹은 대항의 제스처로 읽힌다. 내용적 측면을 보면 저항의 방식이 소극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전면화하는 최승민 감독의 후속작 <탕자>를 생각하면 <덕덕덕> 또한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임종우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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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현, <XXKg>, 2018년, 11분

<XXkg>은 연출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몸무게, 다이어트, 지나친 마음가짐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질환이 펼쳐질 때 나타는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주인공을, 연출자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회, 외모 지상주의의 허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나답게 산다는 것, 자신감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떠올려 보게 한다. 작품 말미에 몸무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노라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작품에서 연출자 자신의 극복 의지와 작품에 드러나는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비슷한 고민을 갖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성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 지를 감독의 시선을 통해 살포시 확인하는 시간으로 이 작품을 통해 당신들을 초대하고 싶다. (김기봉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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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 <비타민인생>, 2018년, 13분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은 집안의 막내다. 감독은 가족 간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려 늘 노력하고, 부모님께 인정도 받는다. 하지만 감독의 언니는 주인공의 노력을 거부하고 삐딱한 태도로 일관한다. 감독은 언니와의 갈등 상황에서 바로 좌절하거나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를 통해 언니의 일상을 파고든다. 동생을 무시하던 언니도 점차 내면에 있던 얘기들을 풀어내고, 동생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영화는 '고유한 나'와 '가족 속의 나'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다른 사람일까? 감독은 ‘밝고 사랑스러운 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그 역할에 충실했다.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한 나와 고유한 나로서의 감독은 얼마나 다를까? 언니는 오히려 노력하는 동생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고, 동생 때문에 고유한 자신이 변하는 게 싫다 했다. 언니에게 감독의 노력은 오히려 독이었을 수도 있다. 감독은 갈등의 실체를 알게 되고도 그저 덤덤하게 언니를 따라간다. 어찌 보면 내면의 바닥까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자극적인 것 없이 그저 진지하고 담백하다. 영화 이후 자매의 관계와 감독의 자아 고민이 어디까지 해결되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의 자아가 전보다 더 단단해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김성은 시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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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 <¹®±úÁü½ºÆ®>, 2019년, 14분

낮은 목소리로 “엄마의 삶을 닮아야 할까.”라고 말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그 깊고, 차분한 그 목소리의 말들을 곱씹게 되는 영화.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엄마와 닮은 나의 삶’을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던데...’라는 말을 경기할 정도로 싫어했지만,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면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경험하는 이 시간을 분명 나의 엄마도 경험했으리라. 왜 여성들의 삶은 늘 되풀이되어 물려지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런 우리의 현실을 찬찬히 고민하게 한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복잡한 고민과 마음을 늘 뒤로 미뤄두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발 내딛는다. (명소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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